
안녕하세요. 안소장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오르고 내려가는 계단, 그리고 지나치는 두꺼운 철문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건물 안에는 화재나 지진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을 안전하게 건축물로부터 내보내기 위한 시설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쳐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알고 나면 '아, 이게 다 이유가 있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은 왜 피난을 이렇게까지 꼼꼼히 따져야 할까?
우리는 보통 건물에서 피난이라고 하면 보통 먼저 화재를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건축법의 대피 규정은 상당 부분 화재 상황을 전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피해야 하는 상황은 화재만은 아닙니다. 지진, 홍수, 테러 등 다양한 재난사고에서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피난요건을 규정하는 방식에는 '사양방식'과 '성능방식'으로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국내의 건축법은 대부분 '사양방식'을 기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규에서 누구나 이 기준만 지키면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건축설계에서 이 규정을 가장 먼저 꼼꼼하게 검토하는 이유도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1. 사양방식 - "법규에 적힌 숫자대로 하세요"
사양방식은 피난 상황을 일반화시켜 놓고 피난계단실 등의 개수, 치수, 크기,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식
| ■ | 특징 | 복도 폭은 몇 미터 이상, 피난계단은 몇 개소 이상, 피난 거리는 몇 미터 이내 등 기준을 제시 |
| ■ | 장점 | 기준이 명확해서 설계가 빠르고 인허가 과정이 단순 |
| ■ | 단점 | - 건축물의 규모나 용도, 내부 가연물의 종류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기준 - 비효율적인 공간이 생기건, 반대로 법을 지켰는데 변수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 |
2. 성능방식 - "방법은 상관없으니, 실제로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세요"
성능방식은 법규의 수치보다는 '인명 안전'이라는 목적에 집중하며, 초고층 건물이나 복합건축물처럼 특수한 경우에 적용
| ■ | 특징 | 화재, 피난에 대하여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연기가 차오르는 시간보다 탈출하는 시간이 빠라다는 것을 증명애야함 |
| ■ | 장점 | 건축물의 특성에 맞춰 유연하고 창의적인 설계 가능 |
| ■ | 단점 | 고도의 전문 지식과 시뮬레이션 비용이 발생, 검토 및 승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오래 걸 |
대피의 핵심, '직통계단'
건물의 피난 계획은 크게 수평적인 부분(복도, 보행거리)과 수직적인 부분(계단)으로 나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직통계단입니다. 승강기를 타면 빠르다고 해서 재난시에 승강기를 이용하면 절대 안됩니다. 승강기가 오르내리는 승강로는 화재 시에는 건물 내부에서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 역할을 하기도 하기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재난시에는 가까운 직통계단을 이용하여 빠르게 탈출해야 합니다.
'직통계단'이라 함은 말 그대로 내가 있는 층에서 다른 공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상이나 안전한 층까지 연결되어 있는 구조의 계단을 말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홀이나 다른 복도를 지나서 다른 계단을 이용한다면 그건 직통계단이 아닙니다. 재난 상황에서의 대피 동선은 반드시 막힘없이 내려가는 계단이어야 합니다.
계단까지의 거리, '보행거리' 기준이 있어요
피난을 위한 직통계단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건물 구석에서 직통계단이 있는 계단실까지 가는 거리가 멀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건축법에서 피난 보행거리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건물은 거실의 가장 먼 곳에서 계단까지의 거리가 이동동선 기준으로 30m 이내여야 합니다. 불에 잘 견디는 내화구조나 불연재료로 지어진 건물은 50m까지 허용해 줍니다. 16층 이상 아파트 같은 고층의 공동주택은 40m 이하로 좀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실'은 집안에서의 거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건물에서 사용하는 식당, 사무실, 라운지 등 사람이 사용하고 머무는 모든 공간을 포함합니다. 반면 화장실, 복도, 기계실은 보행거리 계산에서 제외합니다.
왜 어떤 건물에는 계단이 두 개 이상일까요?
건물 규모가 크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사고 발생시 한꺼번에 대피자가 몰려 큰 혼란으로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조건을 넘는 건물은 반드시 2개 이상의 직통계단을 일정거리 이상 이격 설치해서 대피동선이 한 곳으로 몰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공연장, 종교시설, 다중이이용시설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바닥면적 합계가 200~300㎡만 넘어도 피난계단이 2개 이상 필요합니다. 3층 이상 층에서 거실 면적이 넓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층은 지상보다 대피가 훨씬 힘들기에 바닥면적이 200㎡ 이상이면 피난계단이 2개 이상 필요합니다.
'피난계단'과 '특별피난계단', 무엇이 다른가?
계단에는 일반적인 계단보다 재난에 훨씬 강력한 '피난계단'과 '특별피난계단'이라고하는 계단 2가지가 있습니다.
| ■ | 피난계단 | 계단실 전체를 내화구조 벽으로 감싸고, 출입구에 방화문을 달아서 불과 연기가 계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구조의 계단 |
| ■ | 특별피단계단 | - 피난계단을 보다 강화한 계단. 계단실에 들어가기전에 전실이라는 완충공간을 거쳐서 계단실에 들어가는 구조의 형태입니다. 전실에는 화재시에도 원활하게 작동하는 공조설비를 갖추고 있어야함 - 11층 이상의 고층건물이나 지하3층 이하의 깊은 층에는 특별피난계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함 |
지하층, 가장 취약한 곳을 위한 특별 규정
지하공간은 빛도 없고 환기도 잘 안 되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건축법에서는 지하층을 특히 더 꼼꼼하게 관리합니다.
바닥면적이 50㎡ 이상인 지하층에는 계단 외에 별도의 비상탈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대규모의 지하 공간은 방화구획마다 피난계단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3,000㎡ 이상의 대형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을 지하층에 계획할 때는 지붕이 없는 외부공간, 선큰공간을 설치해서 곧바로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형 복합시설 지하에서 보이는 개방된 공간들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피난경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며 - 피난계단은 우리 모두를 위한 생명선입니다
피난과 관련된 시설과 규정들은 모두 한가지 방향을 가리킵니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람은 살려야 한다!"
이제 평상시에 자주 이용하는 건물을 방문할 때 피난계단이 어디에 있는지, 방화문이 제대로 닫혀 있는지, 피난 계단에 이용에 방해요소가 쌓여 있는지 살펴보세요. 우리의 생명통로들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켜져야 할 소중한 약속입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