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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대수선 - 폐교, 허물지 않고 새 옷을 입히다.

by 안소장입니다 2026. 3. 17.

폐교, 새 생명을 불어 넣다.

 

2023년 늦은 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외벽개선공사 설계용역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해당학교는 1970년대 초에 개교하여 50여 년이 넘은 아주 오래된 학교였습니다. 학교는 1층으로 이루어진 교사동, 식당동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건물의 외부는 그간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사동 옆에는 신공법인 모듈러공법으로 만들어진 기숙사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2010년대 후반 폐교하였고, 교육청에서 주관하여 2023년부터 숙박형 공유학교로의 로 4박5일, 3박4일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사동의 내부를 깨끗하게 인테리어공사가 완료된 상태였고, 이번 프로젝트는 포인트는 낡은 외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새로 짓는 게 아니라 '크게 고치는' 것

 

"30년, 40년이나 된 오래된 건물은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래된 건물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렇게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 질문에 "고쳐서 새로운 건물로 탈바꿈 시켜보는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곤 합니다.

그러면 10명 중 8명은 "그게 뭔가요? 리모델링이랑 다른가요?"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설명 비유
대수선 외벽, 창문,계단 등 크게 고침 낡은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기
개축 · 신축 건물 전체 해체 후 재건 옷을 버리고 새 옷 구입

 

대수선이란, 건물을 허물지 않고 외벽, 창문, 주요 구조물 등을 크게 수선하는 것입니다. 단,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건축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교육청의 학교시설은 대수선시에 구청이나 시청에서 건축허가를 진행하지 않고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 - 돈이 다릅니다.

 

학교를 새로 짓는 데는 얼마의 비용이 필요 할까요?

해당 학교는 교사동과 식당동의 연면적은 약 1,000제곱미터 규모였습니다. 

방식 예상공사비 공사기간
신축 (철거 후 재건) 약 20억 2~3년
대수선 (외관 리뉴얼) 약 2.5억 4~6개월

 

학교 건물을 해체하고 새로 지으려면 약 20억이 필요했지만, 3억 원으로 외관을 새롭게 만들면서 마치 새 건물처럼 만들 수 있다면서 남은 17억 원으로는 운동장이나 학교의 시설 장비를 교체하는 등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 보다 경제적인게 있을까요?


카페같은 학교를 만들어 주세요.

 

교육청 주무관님과 미팅날짜를 잡고 학교에 방문하였습니다.

학교에 계시는 관계자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카페 사진 몇 장을 출력해서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카페같은 느낌의 학교로 만들어 주세요."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제한된 예산안에서 고급스러우면서 학교시설에 맞게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교에 새 옷을 입히다.

 

기존 학교의 외벽은 드라이비트로 마감되어 있었다. 흔히 드라이비트라고 말하지만 정식명칭은 따로 있습니다.

"외단열미장마감공법"로서 쉽게 말해 건물의 외벽에  외 단열로 단열재를 부착하고 그 위에 습식으로 미장하여 마감하는 형태입니다. 시공이 간단하고 저렴하여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사고 이후 해당공법 사용 시 법적으로 많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의정부 화재는 불에 취약한 단열재가 외벽을 감싸고 있어 한번 불이 붙은 단열재가 순식간에 건물을 감싸면서 그 화재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화재 사건 이후, 국토부에서는 건물의 외부에 붙이는 단열재는 불이 잘 안 붙는 난연 소재의 단열재를 반드시 적용하도록 하고 단층건물이 아닌 여러 층의 건물인 경우 층마다 층간방화구획을 설정하여 불이 위층으로 타고 올라가는 걸 막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해당학교의 교사동과 식당동은 1층의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화재확산보다는 탈락된 단열재를 보수하고 그 위에 새로운 마감으로 학교의 외관을 탈 바꿈 하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건물의 외벽에 아연각관으로 외벽의 구조를 보강하고 그 위에 알루미늄의 루버락강판을 부착하여 건물에 새 옷을 입혔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학교에 온 아이들과 학교 관계자분들의 반응은 예상을 넘었습니다.

"학교 새로 지었어요?" "학교가 정말 예뻐요!"

모두 좋게 봐주셨고 건축사로서 뿌듯했습니다.


경제적으로 건물을 되살리는 방법

 

멀쩡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 어쩌면 낭비일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적은 비용으로 새 학교와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남은 예산은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건물의 수명을 늘리고, 더 나은 공간으로 탈 바꿈 하는 것. 그것이 대수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입니다.

 

"건물이 낡아 보인다고 해서 수명이 다한 게 아닙니다. 구조가 살아 있다면, 새 옷 한 벌 입히면 됩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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