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사 안소장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하려고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할 이야기입니다.
바로 '접도요건', 즉 땅과 도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경치도 좋고 가격도 딱 맞는 땅을 찾았는데, 막상 집을 지으려고 하니 허가가 안 나요."
이런 억울한 상황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도로 문제입니다. 땅 매매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건축법이 말하는 '도로'는 따로 있어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길이 전부 건축법상 도로는 아닙니다.
건축법에서 인정하는 도로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과 차가 모두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도로의 폭은 원칙적으로 4m 이상이어야 합니다.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이나, 차만 다니는 자동차 전용도로는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국가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길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반듯하게 포장된 길이라도 법적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건축법상 도로가 아닙니다.
추가적으로, 아직 공사가 안 됐더라도 앞으로 생길 '예정도로'도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해 줍니다. 도로에는 찻길만 있는 게 아니라 보도, 자전거도로, 터널, 교량, 심지어 버스정류장과 가로등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핵심 규칙 하나, 꼭 기억해 두세요
건축법 제44조 제1항에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 "건축물의 대지는 2m 이상이 도로 (자동차 만의 통행에 사용되는 도로는 제외한다)에 접하여야 한다"
왜 2m일까요?
화재가 났을 때 소방관이 장비를 들고 들어가고, 응급환자를 들것에 싣고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폭이 2m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겁니다.
만약 내 땅이 도로와 전혀 닿아있지 않거나, 닿는 부분이 1.9m 밖에 안 된다면 원칙적으로 그 땅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도로와 완전히 단절된 땅을 '맹지'라고 부릅니다. '맹지'는 말 그대로 눈이 먼 땅입니다. 논밭 한가운데 있는 땅, 호수 한가운데 있는 땅처럼, 주변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는 땅 들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완화와 강화 모두
세상 모든 땅이 반듯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법도 일정한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 2m 접도 요건이 예외 되는 경우 3가지
① 허가권자가 출입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② 주변대지가 공원이나 광장처럼 통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
③ 20㎡이하의 농막을 짓는 경우
반대로 기준이 엄격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면적 2천㎡ 이상의 큰 건물이나 3천㎡ 이상의 공장이라면 대지와 4m 이상 접해야 하며 도로 폭은 6m 이상이어야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건물이 클수록 더 넓은 도로와 출입구가 필요하다는 상식적인 규정입니다.
막 다른 골목 끝 땅, 이렇게 판단합니다.
오래된 동네의 구도심에 가보면 끝이 막힌 막다른 도로가 많습니다. 이런 도로는 골목의 깊이에 따라 요구되는 도로의 폭이 달라집니다.
| 막다른 도로의 깊이 | 도로의 폭 | |
| ■ | 10m 미만 | 도로 폭 2m 이상 |
| ■ | 10m 이상 35m 미만 | 도로 폭 3m 이상 |
| ■ | 35m 이상 | 도로 폭 6m 이상 ( 읍 · 면 지역은 4m ) |
35m가 넘는 깊은 골목 끝 땅에 있는 골목의 폭이 3m밖에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칙적 건축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골목 양 옆에 면하고 있는 이웃에게 땅 일부를 도로로 써도 된다는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거나 땅을 매입해서 도로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인 재산이나 보니 이웃 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십 년 된 마을 길인데 안된다고요?" - 사실상의 도로
현장에서 건축주분들이 가장 황당해하는 상황입니다.
'뉴스에서도 종종 문제가 돼서 나오는 영상입니다.' 분명 포장된 길이 있어서 아무 걱정 없이 땅을 샀는데, 막상 집을 지으려니 앞 집주인이 갑자기 "여기는 내 땅이니 지나다니지 마세요"하고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지적도를 확인해 보면 그 길이 국가 소유가 아닌 개인 사유지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눈으로 보기에는 길인데 법적으로 지정되지 않은 길을 '사실상의 도로'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이런 길에 접한 땅에는 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 길을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사용해 왔고, 달리 접근할 방법이 없는 경우라면 건축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허가권자가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 길을 건축법상 도로로 강제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접도구역 - 도로 옆에도 건물을 못 짓는 구역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접도구역'입니다.
시외곽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찻길 옆 빈 땅에 말뚝이 박혀있는 걸 보신 적 있으실 텐데 도로 경계선으로부터 일반 도로는 5m, 고속도로는 30m 까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됩니다. 이 구역 안에서는 내 땅이라도 건물을 짓거나 토지 형질 변경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즉, 이런 도로에는 바짝 붙여서 건물을 올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외적으로 기존 건물을 같은 규모로 개축하거나 재축하는 것, 대두선, 30㎡ 이하의 농업용 창고, 10㎡ 이하의 소규모 화장실 등은 접도구역 안에서도 허용됩니다.
결론, 땅 계약 전 이 4가지는 꼭 확인하세요
아무리 싸고 경치 좋은 땅이라도, 도장 찍기 전에는 반드시 도로를 먼저 확인하세요.
① 땅 앞에 있는 길은 법정 도로인가
② 내 땅은 도로와 2m 이상 접해 있는가
③ 막다른 골목이라면 도로 폭은 충분한가
④ 내 앞의 길은 사유지인가
이 4가지를 확인 하려면 시청이나 구청 건축과, 또는 토지이음에서 토지이용계확확인서와 지적도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건축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첫 단추인 땅을 잘못 고르면 그 꿈이 오랜 시간 잡아먹는 난관이 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집을 짓기 위해서는 첫 단추인 좋은 땅을 고르는 일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