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는 이미 '쓰임새'가 정해져 있어요.
건축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여기에 000을 건물을 지을 수 있나요?"
이 질문의 답은 거의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
"그 땅의 용도지역 · 지구를 먼저 봐야 합니다."
건축물의 용도는 건물의 성격이고, 지역 · 지구는 그 건물이 들어갈 수 있는 '땅의 규칙'입니다. 건물은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설계할 수 있지만, 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이미 어떤 목적성을 가진 용도의 건물이 들어올 수 있는지 정해져 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땅의 용도 지역 · 지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땅의 값어치가 갈립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에 드는 땅을 계약한 뒤에야 "이 땅에는 이게 안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프로세스의 순서가 바뀐 겁니다. 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설계가 아니라 그 땅의 법적 조건을 확인하는 겁니다.
첫째, 내 땅의 계급장 - 용도지역, 용도지구, 용도구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땅은 국가가 정해둔 '쓰임새'가 있습니다.
① 용도지역 - 땅의 기본 신분
대한민국의 모든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의하여 4가지로 분류됩니다.
* 도시지역 :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곳으로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다시 세분화됩니다.
* 관리지역 : 도시지역이나 농림지역에 준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완충 지대입니다.
* 농림지역 : 농업과 임업을 진흥하기 위한 지역입니다.
* 자연환경보전지역 : 자연환경, 수자원, 문화재 등을 보전하기 위한 곳입니다. 건축주분들께서 주택을 짓고자 한다면 주거지역, 근생건물을 지어서 임대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토지를 매입하셔야 합니다.
② 용도지구 - 땅의 특별한 성격 부여 용도
토지의 용도지역의 제한을 조금 더 강화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지정하는 '보조장치'입니다.
* 경관지구 / 미관지구 : 경관이나 미관을 유지하고 보호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도시 · 군 계획조례가 정하는 특정 건축물은 지을 수 없습니다.
* 방화지구 / 방재지구 : 화재나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지정된 곳입니다.
* 개발진흥지구 : 주거, 상업, 공업 기능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공항인근과 같은 '고도지구'라면 건축물의 최고높이를 규제하고 있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③ 용도구역 - 강력한 규제구역
도시가 무질서하게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따로 지정하는 곳입니다.
*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 시가화조정구역 : 일정 기간 동안 (5년~20년) 개발을 유보시키는 지역입니다.
* 입지규제최소구역 : 도심지 등에서 복합적인 토지 이용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는 특별한 구역입니다.
둘째, 가장 중요한 실무 규제 -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의 높이제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땅이 가지고 있는 지역 · 지구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은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파악할 수 있고 이 3가지는 건축설계의 핵임 요소입니다.
① 건폐율
대지의 전체 면적에서 건축이 차지할 수 있는 면적의 비율입니다. 건폐율이 50%라면 100평의 땅에 건축물의 바닥면적은 최대 50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나머지 50%는 외부공간으로 의무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② 용적률
대지의 전체 면적 대비 건축물 바닥 전체 연면적의 비율입니다. 용적률이 100%라면 100평의 땅에 지상연면적 100평의 규모로 지을 수 있고 200%라면 200평 규모로 지을 수 있습니다. 상업지역의 땅이 주거지역의 땅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더 큰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③ 건축물의 높이 제한
높이 제한은 층수와 건물 높이의 상한을 정합니다. 가로구역별로 구청이 지정 ·공고하기도 하고,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이 별도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셋째, 지구단위계획 - 예외가 생기는 구간
지구단위계획은 특정 구역을 더 세밀하게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입니다. 도로 ·공원 같은 기반 시설 배치부터 건물의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뿐만 아니라 건물의 형태 ·색채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 구역에 땅이 있다면 제약도 있지만, 반대로 엄처난 혜택도 존재합니다.
① 용도와 높이의 변경
일반적인 용도지역 제한에도 불구하고,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의 용도나 층수, 높이를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② 건폐율 및 용적률 완화 혜택
내 땅의 일부를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 부지로 기부채납하면, 건폐율과 용적률, 그리고 높이 제한을 보너스 개념으로 완화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부분 공개공지(누구나 쉴 수 있는 오픈된 공간)를 설치하면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조례에 따라 추가로 완화받을 수 있습니다.
③ 한옥마을 혹은 차 없는 거리
특정 목적의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는 주차장 설치 의무를 최대 100&까지 면제받기도 합니다.
넷째, 내 땅에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내 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아파트나 공장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법에서 각 용도지역마다 '지을 수 있는 건물'과 '지을 수 없는 건물'을 세밀하게 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 전용주거지역 / 일반주거지역
쾌적한 주거 환경 보호를 위해 주로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편의점, 미용실 등) 위주로만 허용됩니다.
*일반상업지역
가장 규제가 적은 편이지만, 주거환경을 해칠 수 있는 일부 시설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복합용도지구
원래 지을 수 없는 용도의 건물이라도, 복합용도지구로 지정되면 특정 건축물(일반공업지역에 아파트를 제외한 특정 시설 등)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조례가 완화해 줍니다.
Q. 만약 내 땅이 두 개의 용도지역에 걸쳐 있다면 어떻게 하나요?
A. 내 대지가 두개의 지역에 걸쳐 있다면, 기본적으로 가장 면적이 큰 지역(과반이 속하는 지역)의 법을 전체 대지에 적용합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미관지구'나 '방화지구'에 걸치게 되면, 면적과 상관없이 건물 전체에 미관지구나 방화지구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 받아야 합니다.
다섯째, 건물을 지을 때 꼬 지켜야 할 선과 거리
땅이 있다고 해서 이웃대지와의 경계선 끝까지 건물을 꽉 채워서 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웃과의 분쟁을 막고 도시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공간 규칙이 있습니다.
① 대지안의 공지 (건물 띄워 짓기)
건축물은 도로나 이웃 대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반드시 띄워서 지어야 합니다.
* 건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건축선이나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M에서 최대 6M까지 띄워야 합니다.
② 대지의 분할 제한 (땅 쪼개기 방지)
건물이 있는 땅을 너무 작게 쪼개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 주거지역 : 60㎡ 미만으로 분할 불가
* 상업지역 및 공업지역 : 150㎡ 미만으로 분할 불가
* 녹지지역 : 200㎡ 미만으로 분할 불가
③ 맞벽건축 (외벽을 공유하는 형태)
기본적으로 이웃 대지에서 일정거리를 띄워서 지어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예적으로 도심의 미관을 위해 이웃 건물과 벽을 50CM 이내로 바짝 붙여서 짓는 '맞벽건축'이 허용되는 구역도 있습니다. 상업지역이나 건축협정구역 등에서 협의를 통해 가능하며, 이 경우 방화문 설치 등 화재 안전 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여섯째, 이웃의 권리와 나의 권리 : 높이 제한과 일조권
건축의 형태와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높이'입니다. 건물을 무한정 높게 지으면 건물 북쪽으로는 햇빛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① 가로구역별 건축물의 높이 제한
도로로 둘러싸인 구역(가로구역) 단위로 지자체에서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지정하고 공고할 수 있습니다. 도로의 폭이나 상하수도 능력 등을 고려하여 거리에 알맞은 높이를 정해두는 것입니다.
②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 (일조권 사선제한)
뉴스나 신문등에서 많이 등장하는 '일조권'입니다. 내가 지을 건물이 이웃집의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하는 것입니다.
* 전용 / 일반주거지역 : 건물을 지을 때 정북방향의 이 이웃 대지경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반드시 띄워야 합니다.
* 건물높이가 10M 이하인 부분은 경계선에서 1.5M 이상, 높이가 10M를 초과하는 부분부터는 해당높이의 절반 이상을 띄워야 합니다. 이 때문에 빌라나 다세대 주택의 상층부가 계단식 혹은 사선형태로 깎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택지개발지구처럼 새로 조성되는 계획도시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북방향이 아닌 '정남방향' 경계선을 기준으로 일조권을 띄울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침, 해당지역의 지자체 조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③ 공동주택의 특별한 제한
같은 대지 안에 있는 동이 여러개인 아파트의 경우, 뒷동의 채광을 위해 앞동과 뒷동의 창이 있는 벽체의 수직방향으로 0.5배 이상의 거리를 충분히 띄워야 합니다.
결론, 건축사가 보는 핵심 포인트
일반인은 건물만 봅니다. 하지만 건축사는 땅을 먼저 봅니다.
그리고 항상 이 3가지를 먼저 판단합니다
* 이 땅은 무엇이 가능한가
* 무엇이 제한되는가
* 어디까지 완화 가능한가
같은 설계라도 어떤 땅에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좋은 땅은 단순히 위치가 좋은 땅이 아니라 규제가 유리한 땅이기도 합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고, 고도 제한이 없는 땅이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는 훨씬 가치가 있습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