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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을 살리는 법 : '대수선'과 '리모델링', 알고 보면 이렇게 다릅니다.

by 안소장입니다 2026. 3. 5.

작성자: 안소장 (건축사) | 건축·디자인 이야기


건물 뜯어 고치려다가 막혔다면, 이 글부터 읽어보세요.

"도배, 타일, 화장실은 내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데, 계단 하나 새로 설치하려면 왜 허가를 받아야 하죠?"

 

상담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내 돈 내고 내 집 고치는데 왜 구청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 충분히 이해 갑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알고 나면, 오히려 건축법이 여러분의 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건축주 분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대수선"과 "리모델링"의 차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반전 이야기를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 화장실은 자유, 기둥은 허가

건축법에서 집수리를 크게 두 가지로서 경미한 수선, 대수선으로 나눕니다.

경미한 수선은 도배, 마루, 타일, 주방가구, 화장실 위생기구, 전등교체처럼 건물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공사입니다.

즉, 내집 마련하여 아파트 이사 가시면서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신고도, 허가도 필요 없습니다. 주변 이웃에 피해만 안주는 범위 안에서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반면, 대수선은 건물의 구조인 뼈대를 건드리는 공사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구청이나 시청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수선대상 허가대상 신고대상
내력벽 30제곱미터 이상 수선,변경 증설, 해체, 변경 수선
기둥 / 보 3개 이상
지붕틀(한옥 서까래 제외) 3개 이상
방화벽 또는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또는 벽
주계단, 피난계단, 특별피난계단
가구 간 세대 간 경계벽
외벽 30제곱미터 이상 또는 마감재료

 

이 기준들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닙니다. 기둥 하나를 만만하게 보고 없앴다가 건물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최소한의 안전규제입니다. 


두 번째 - 바닥을 뚫는 건 의외로 자유롭다.

이 부분을 들으시면 많이들 놀라십니다.

 

기둥 하나, 보 하나, 계단 하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축법이, 정작 건물의 층 바닥인 슬래브에는 꽤 관대합니다. 현행 건축법상 "대수선"의 정의에 바닥 슬래브의 수선이나 변경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독 소유 건물에서 1층과 2층 사이의 바닥을 뚫어 내부 계단을 만드는 것은 면적이 증가하는 증축이 수반되지 않는 한 별도의 대수선 허가 없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복층 구조 공간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단,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 행정적으로 자유롭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닥을 뚫기 전에는 반드시 구조기술사의 자문을 받고, 구조적으로 필요한 보강 공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공동주택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집합건축물의 경우, 바닥은 나만의 것이 아닌 공용부분입니다. 함부로 건드렸다가 원상복구 명령에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세 번째 - 리모델링은 건축행정 절차의 다이어트이다.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리모델링 제도의 본질은 절차 간소화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낡은 건물을 고치면서(대수선) 면적까지 넓히려면(증축), 각각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하나로 묶어 『리모델링 = 대수선 + 증축』이라는 통합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즉, 리모델링은 건물주 입장에서 "새로 짓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게 행정적으로 훨씬 이득이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 대한민국의 건물 수명이 짧은 진짜 이유, 그리고 변화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가보면 100년을 거뜬히 넘기는 건물이 많은데, 국내에는 30년만 지나면 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올까요? 국내의 건축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공동주택을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철저한 경제적 실익 때문이기도 합니다. 70~80년대 지어진 용적률 150% 언저리의 저층으로 이루어진 주공아파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용적률이 낮은 공동주택은 쉽게 얘기해서 아파트 단지에 법적 세대수가 300세대 까지 가능한데 150세대로만 지어져 있다고 할 경우 추가로 150세대를 더 지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용적률이 낮은 오래된 재건축을 추진하는 공동주택들은 신규 150세대분을 일반분양하여 발생하는 비용으로 재건축 진행하면 기존의 150세대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는 마법이 발생이 발생했던 겁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은 아파트 중심의 건축문화라는 특성에서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법적 용적률이 꽉 찬 공동주택 혹은 오래된 상가건물과 같은 일반건축물에서는 정부가 건물을 오래, 잘 고쳐 쓰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 15년의 법칙 : 사용승인 후 15년 지나면 리모델링 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120% 보너스 : 건물을 신축할 때 '리모델링이 쉬운 구조'로 계획하는 경우 용적률과 건축물 높이에서 최대 120% 완화해 줍니다.

 

이는 리모델링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건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영리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조건적인 신축을 고민하기 전에, 리모델링의 가능성부터 검토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다섯 번째 - 오래된 건축의 뼈대를 새로 심다.

연와조 건물 구조보강 이야기

 

우리 동네 오래된 건물, 얼마나 위험할까요?

서울이나 지방 구도심을 걷다 보면 30~40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오래된 상가 건물들을 자주 마주칩니다. 외벽이 낡고 색이 바랬을 뿐, 여전히 사람들이 생활하고 장사하는 공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건물들, 사실 구조적으로 꽤 위험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연와조 건물이란?

이 무렵의 건물 상당수는 연와조, 즉 벽돌 쌓기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요즘 건물은 콘크리트 기둥과 보가 하중을 버팁니다. 쉽게 말해 뼈대가 탄탄한 구조입니다.

그에 반해, 연와조 건물은 벽돌벽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합니다. 벽돌을 높이 쌓은 다음, 그 위에 얇은 콘크리트 바닥판(슬래브)을 얹은 것입니다. 인체로 비유하면, 튼튼한 뼈대 없이 피부와 근육만으로 몸을 버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험해지는 이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군가에 의하여 인테리어 공사를 반복되면서, 원래 120~150mm 두께였던 바닥 슬래브 위에 무근콘크리트(철근 없는 콘크리트)가 켜켜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바닥 두께가 300mm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본래 설계 하중의 두 배 이상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언제 바닥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결책 : H빔으로 새 뼈대를 심다

이때 건축사가 제안하는 방법이 바로 철골 구조보강입니다.

건물 내부에 H빔(철골 기둥·보)을 새로 세워, 기존 벽돌벽이 지던 하중을 철골이 대신 받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노후한 몸에 든든한 보조 골격을 이식하는 수술과 같습니다.

이 공법의 핵심은 건물을 허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 건물의 외형과 공간을 유지하면서,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만 현대 기준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더불어 리모델링 인센티브로 면적을 추가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를 건축에서는 대수선이라고 부릅니다.

 

왜 중요한가요?

지나온 40년을 버텨온 건물이, 앞으로 새로운 40년을 다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건물 하나를 고치는 일이 아닙니다. 오래된 거리의 풍경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이어가는 작업입니다.

낡았다고 무조건 부수는 것이 아니라, 고쳐서 더 오래 쓰는 것 — 이것이 구조보강의 진짜 가치입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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