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물의 키 재기, 발바닥과 머리끝은 어디일까?
안녕하세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건축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드리는 건축사 안소장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고층 빌딩부터 소담하게 자리 잡은 단독주택까지, 정말 다양한 건물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런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 건물 높이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잰 걸까?"
언뜻 생각하면 땅바닥에서 지붕 꼭대기까지 줄자로 쭉 재면 끝날 것 같지만, 실제 건축 실무에서는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건축법] 이 건축물의 높이를 이토록 엄격하게 다루는 이유는 단순히 건물 하나를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건축 안전은 물론, 이웃의 일조권과 통풍, 채광, 도시미관, 나아가 토지 이용의 효율성까지 우리 모두가 조화롭고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의 높이 제한은 크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규정됩니다.
| 법명 | 규정 |
| 건축법 | 건축물의 높이제한 |
|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 | |
| 국토의 이용에 관한 법률 | 용도지역에서의 높이제한 |
| 용도지구에서의 높이제한 |
이번 챕터에서는 이 복잡한 높이 산정 기준을 처음 듣는 분도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하나 - 높이 산정의 출발점 : 지표면에서 건축물 상단까지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단순 명쾌합니다. 지표면으로부터 건축물의 상단까지의 수직거리가 바로 건축물의 높이입니다. 아주 쉽죠?
그런데 여기에 '필로티구조'라는 공간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필로티구조'란 주변에 흔히 보이는 하이마트 아실 겁니다. 1층은 기둥만 있어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실내로 사용하는 형식의 건물들이 필로구조가 적용된 건축물입니다. 건축법에서는 1층 전체가 필로티로 구성된 경우, 건축법 제60조(가로구역 높이제한)와 제61조 제2항(일조권 높이제한) 적용 시 필로티의 층고를 건축물의 높이에서 제외해 주는 완화 혜택을 제공합니다.
물론 1층이 기둥만 있으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없겠죠? 그래서 계단실, 승강기실처럼 수직 이동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은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둘 - 평평한 땅만 있는 건 아니다! 경사지와 단차 해결법
우리나라는 산지와 구릉지가 많아, 대지와 도로 또는 이웃 땅 사이에 높낮이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기준이 되는 '지표면'이 기울어져 있다면 높이는 어디서 잴까요? 건축법은 이런 경우에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① 전면도로에 고저차가 있는 경우
건축물이 접하는 전면도로 구간이 기울어져 높낮이 차이가 있다면, 그 수평거리에 따라 가중평균한 높이의 수평면을 전면도로면으로 봅니다. 즉, 건축물이 접한 도로의 최상단 높이와 최하단 높이의 평균높이를 도로의 높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② 대지가 전면도로보다 높은 경우
대지 자체가 전면도로보다 높다면, 고저차의 1/2만큼 올라온 위치에 전면도로면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즉, 도로와 대지의 중간 어딘가가 기준점이 되는 셈입니다.
③ 일조권 산정을 위한 이웃 대지와의 단차
이웃집과의 일조권 분쟁을 막기 위한 기준도 따로 있습니다. 내 대지와 인접 대지 사이에 높낮이 차이가 있을 때는 두 지표면의 평균 수평면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단, 내 대지가 인접 대지보다 낮은 경우에는 더 불리해지지 않도록 내 대지의 자체를 기준으로 높이를 산정합니다.
셋 - 도심을 살리는 꿀팁! 주상복합 건축물의 일조권 완화
서울 도심부에 자주 보이는 형태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는 저층부에는 상가, 상층부는 공동주택으로 이루어진 주상복합 건축물입니다. 이런 건물에는 일조권 적용에 있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한 지역, 즉 상업지역 등에서 공동주택을 근린생활시설과 같은 다른 용도와 복합하여 건축하는 경우, 공동주택이 시작되는 가장 낮은 부분을 그 공동주택의 높이산정 기준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 상가로 쓰이는 저층부의 높이를 사실상 제외하고 공동주택이 시작하는 지점부터 공동주택의 높이를 재는 것입니다.
이는 도심에서 일조권 이격 거리를 훨씬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인센티브입니다. 도심 상업지역에 주거 기능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밤이면 유령도시가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추가로 신축 아파트단지에서 보면 1층 전체를 필로티로 계획하면, 일조 확보를 위한 높이 산정에 손해가 없고 프라이버시에 다소 취약한 1층 세대를 2층으로 들어 올리는 셈이니 1석2조입니다.

넷 - 옥상 위 구조물, 건물 높이에 포함될까?
건물 꼭대기, 옥상에 올라 가보적 있으실까요? 건물 꼭대기를 보면 승강기 기계실이나 계단실, 물탱크 등이 툭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들은 건물 높이에 포함될까요? 정답은 "면적과 높이 조건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건축물 옥상에 설치되는 승강기 기계실, 계단실 등은 수평투명면적의 합계가 해당 건축물의 건축면적의 1/8 이하이고 그 부분의 높이가 12M 이하라면 건축물의 높이에 산입 하지 않습니다. 단, 공동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5제곱미터(보편적으로 30평대) 이하의 공동주택의 경우는 이 기준이 1/6으로 완화됩니다.
만약 옥탑의 높이가 12M를 넘는다면? 12M를 제외하고 초과하는 부분만큼만 건축물 높이 포함합니다.
다섯 - 난간, 장식물, 설비 탱크의 운명
개방형 난간은 높이에서 제외
옥상 난간벽이 벽면적의 절반이상 뚫린 투시형 난간이라면 건축물 높이에 산입 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철제 난간이 이 규정에 충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간을 벽으로 올렸고 개구부가 없다면 난간벽 높이만큼 건축물 높이에 포함됩니다.
장식 돌출물은 제외, 설비 탱크는 포함
옥상에는 굴뚝, 간판 등과 같은 장식적 구조물은 건축물 높이에 산입하지 않습니다. 반면 옥상에 설치되는 물탱크, 냉각탑 같은 설비시설은 건축물 높이에 포함됩니다. 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놓치 시는데, 설계 단계부터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항목입니다.
한줄 요약
■ 건축물 높이 - 지표면으로부터 건축물 상단의 수직거리
■ 1층 필로티 - 1층 전층 필로티의 경우 해당 층고를 건축물 높이에서 제외
■ 경사지,단차 - 가중평균 또는 고저차 1/2 기준 적용
■ 주상복합 - 공동주택 시작점이 지표면
■ 옥탑 - 건축면적 1/8 이하(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의 공동주택 1/6 이하), 12M 이하면 높이 제외
■ 개방형 난간, 장식물은 제외
■ 물탱크 등 설비시설은 포함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