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안소장 (건축사) | 건축·디자인 이야기
[ 신축, 증축, 개축, 재축, 이전 ] 헷갈리는 개념을 한번에 정리합시다.
건축법에서 '건축'이란 위험한 물체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이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해놓고, 안전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허가를 내주게 되어있습니다.
즉, 건축허가란 결국 "금지를 풀어주는 열쇠" 인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에서 정한 건축 행위는 몇 가지일까요? 딱 다섯 가지입니다.
■ 신축 ■ 증축 ■ 개축 ■ 재축 ■ 이전
이 다섯 가지를 모르면 내가 하려는 공사가 허가 대상인지, 신고 대상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신축 - 새로운 용도가 태어나는 순간
신축은 가장 직관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새 건물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건물이 있던 땅이라도 그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나면 신축으로 봅니다. 또 창고 같은 부속건축물만 달랑 있는 땅에 주된 건물을 새로 짓는 것도 신축입니다. 기존 건물을 전부 해체한 뒤 이전보다 규모를 키워서 다시 짓는 것도 마찬가지로 신축에 해당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그 땅에 새로운 용도가 처음 생겨나는 것. 그것이 신축의 핵심입니다.
두 번째. 증축 - 있던 건물을 더 크게 만드는 것
증축은 이미 건물이 있는 대지에서 그 건물의 규모를 늘리는 행위입니다. 건축면적, 연면적, 층수, 높이 중 하나라도 커지면 증축입니다.
방향은 네 가지입니다. 기존 건물 옆으로 붙여서 넓히는 수평 증축, 위로 층을 올리는 수직 증축, 땅 아래로 파고 내려가는 지하 증축, 그리고 같은 대지에 별도의 건물을 하나 더 세우는 별동 증축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면적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높이만 높아져도 증축으로 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면적이 같더라도 나중에 그 높이를 이용해 층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 안전성도 다시 검토해야 하고요. 그래서 높이 변화도 증축의 범주에 넣어 관리합니다.
세 번째. 개축 - 낡은 건물을 같은 크기로 다시 짓는 것
개축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부분입니다. 개축은 쉽게 말해서 건축주 스스로의 의지로 기존 건물을 허물고 같은 규모로 다시 짓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건물의 핵심 구조부인 뼈대, 즉 내력벽·기둥·보·지붕틀 중 세 가지 이상을 해체해야 개축으로 인정받습니다. 두 가지만 건드리면 개축이 아니라 단순 수선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지을 때는 반드시 기존과 같은 규모 안에서만 지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면적이나 높이가 늘어나면 그건 개축이 아니라 신축으로 분류됩니다.
그렇다면 신축과 개축을 구별하는 실익이 뭘까요? 바로 기존 건축물의 특례 때문입니다. 법이 바뀌어서 더 이상 그 땅에 신축은 허용되지 않더라도, 원래 있던 건물과 같은 규모라면 개축을 통해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장치입니다.
한 가지 더. 한옥의 경우는 서까래를 교체해도 개축으로 보지 않습니다. 전통 건축 방식의 특성을 고려하고, 한옥 짓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단, 외형만 한옥처럼 생긴 유사 한옥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전통 재료를 써서 지은 것만 한옥으로 인정합니다.
네 번째. 재축 - 재해로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는 것
재축은 개축과 가장 많이 혼동됩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딱 하나입니다.
개축은 건축주가 의도적으로 건물을 허무는 것이고, 재축은 천재지변이나 재해로 건물이 저절로 무너진 경우입니다. 건축법이 개축에는 '해체'라는 단어를, 재축에는 '멸실'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재축도 기본적으로는 종전 규모 이하로 다시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축보다는 조건이 조금 유연합니다. 연면적 합계만 기존 이하라면 동수나 층수를 달리 배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두 동이었던 건물을, 전체 면적을 유지하면서 세 동으로 나눠 재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건폐율 기준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재해로 건물이 전부 사라졌는데 면적을 키워서 다시 짓고 싶다면? 그건 재축이 아니라 신축이 됩니다. 일부만 무너졌는데 규모를 키운다면 증축입니다.
다섯 번째. 이전 -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것
이전은 다섯 가지 건축 행위 중 가장 생소한 개념입니다. 건물을 통째로 들어서 같은 대지 안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건물을 어떻게 옮겨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주요구조부입니다.
건축법에서 주요구조부란 내력벽, 기둥, 바닥, 보, 지붕틀, 주계단을 말합니다. 이것들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위치를 옮기는 것이 이전입니다. 그런데 기초와 최하층 바닥은 주요구조부에서 제외됩니다. 땅속에 묻혀 있어 화재에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전은 기초를 제외한 상부 구조체를 통째로 들어 옮기는 방식입니다. 콘크리트처럼 기초와 상부가 일체로 굳어버린 구조는 현실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합니다. 목조나 철골조처럼 조립식 구조물이라야 이전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줄요약
신축 - 그 땅에 새로운 용도가 처음 생겨난다. 증축 - 있던 건물의 규모가 어떤 방향으로든 커진다. 개축 - 내가 의도적으로 허물고, 같은 크기로 다시 짓는다. 재축 - 재해로 무너졌고, 같은 규모 안에서 다시 세운다. 이전 - 주요구조부를 해체하지 않고, 위치만 바꾼다.
이 다섯 가지의 차이를 알면, 내가 하려는 공사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신고만 해도 되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