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안녕하세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건축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드리는 건축사 안소장입니다.
건축사사무소로 용도면경 상담이 자주 들어오는데요.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건물 외관은 그대로인데 용도만 바꾸는 건데, 그냥 간판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건축법에서 [건축물 용도변경]이란 사용승인(준공)을 받은 건물의 용도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태는 그대로여도 용도가 달라지는 순간, 법적으로서 새로운 건물이 태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하나의 건물이 있습니다. 똑같이 생긴 건물이 두개가 나란히 있다고 봅시다. 좌측건물에는 가구를 만드는 공장으로 사용 중이고, 우측건물에는 베이커리카페로 사용 중입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건물은 그대로 있고 가구공장과 베이커리 카페가 서로 건물을 바꿔서 사용한다고 할 경우, 똑같은 건물이지 바꿔도 될까요? [건축법]이 용도변경을 신축과 같은 수준의 건축 행위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즉, [건축물 용도변경]은 준공까지 마친 건물을 대상으로 사용 중이던 건물의 쓰임을 바꾸고자 할때 적용하는 규정입니다.
[건축물 용도변경]에는 4가지 종류가 있어요.
용도변경이 모두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
위험도가 낮은 주택이나 근생 등에서 위험도가 높은 공장, 운수시설 등과 같은 용도로 바꿀 때 해당합니다. 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용도로 바꾸는 것이므로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신고만 하면 되는 경우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용도에서 낲은 용도로 바꿀 때입니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등을 판매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허가보다는 간단하지만, 구청에 신고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셋째, 건축물대장 기재 변경(표시변경) 신청만 하면 되는 경우
위험도 수준이 비슷한 같은 시설군 안에서 용도를 바꿀 때입니다. 최근에 떨어진 출산율로 인하여 어린이집, 유치원이 폐업하고 그 자리에 노인케어시설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 다 교육 및 복지 시설군에 속하기에 구청에 따로 허가나 신고 없이 건축물대장의 기재 내용만 바꾸면 됩니다.
넷째, 아무 절차 없이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경우
완전히 동일한 분류 안에서의 변경입니다. 대표적으로 제1종, 제2종 근린생활시설 사이에서의 변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허가 절차가 있다는 건, 기준을 충족하면 변경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원활한 사업의 시작입니다.
9개 시설, 이것만 알면 쉬워요.

건축물 용도변경이 허가대상인지 신고대장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9개 시설군"입니다. 건축법은 용도를 위험도 순서로 1번부터 9번까지 정리해 놓았는데, 번호가 낮을수록 위험도가 높은 상위 시설군입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위험도가 높은 시설군에서 낮은 하위 시설군으로 바꾸려고 하면 신고대상, 반대로 위험도가 낮은 시설군에서 높은 시설군으로 바꾸려고 하면 허가대상입니다. 동일한 시설군 내에서는 기재변경 신청 대상입니다.
한 가지 예외사항이 있습니다. 7군에 속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에 다중이용시설은 5군 영업시설군에 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이란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사용하기에 더 높은 위험도를 적용해야 하기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임에도 5군 영업시설군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또한, 자유로운 용도변경이 가능한 경우라도 마음대로 발꿀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락시설, 유흥주점, 생활숙박시설처럼 사회적으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용도는 같은 시설군 내에서의 변경일지라도 건축물대장 기재 변경 신청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용도변경, 생각보다 체크할 게 많아요.
용도변경을 하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허용되는 용도인가요?
용도변경은 토지의 허용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저의 용도변경 첫 상담 사례라서 기억에 남아 있는데요. 중년남성분께서 걸죽한 목소리 "000동 000호 여기가 마음에 들어 이 자리에 유흥주점 가능하겠소?"라고 질문하셨었습니다. 주소지의 지역을 살펴보니 공동주택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유흥시설은 주거지역에서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야 가능하기에 이곳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건물이 있기 전에 토지의 쓰임새가 우선이기에 토지의 허용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주차 공간은 충분한가요?
용도가 바뀌면 필요한 주차 대수도 달라집니다. 구도심지에 있는 건물들이 용도변경할때 가장 문제를 겪는 사항입니다. 학생용 기숙사로 사용 중인 건물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곳을 카페로 용도를 바꾸려고 한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건물의 연면적이 1000 ㎡라고 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학생 기숙사로 사용할 때는 주차대수가 시설면적 400㎡ 당 1대로 2.5대, 즉 3대만 확보하면됩니다. 실제 이 건물의 주차대수는 4대라고 할 경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근데 카페로 용도변경을 하려면 주차대수가 근린생활시설은 시설면적 200㎡당 1대가 필요하여 5대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차대수 1대가 부족하기에 용도변경이 불가능 해집니다.
건물 구조가 버틸 수 있나요?
이 부분이 가장 많이 간과됩니다. 대지의 지역지구나 용도는 건축물대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건축물의 구조설계에 대한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잘 모르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7층 규모의 건물이 있고 업무시설로 사용 중인 오피스 건물인데, 7층에 수영장 혹은 사우나를 만들려고 한다면 가능할까요?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니 방수와 설비 같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가능할 거 같지만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건축물이 처음에 지어질 때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디도록 지어졌는지 알아야 합니다. 수영장이나 사우나는 많은 물을 수조에 담고 있습니다. 물의 하중은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일반적인 사무공간이 버텨야 할 하중과는 큰 차이를 보이기에 건축물의 구조 안전보강을 먼저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정화조 용량도 체크하여야 합니다.
용도가 바뀌면 사용하는 사람의 규모가 달라지기에 오수 발생량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시 오수 관리에 직접 연결된 곳이라면 용도에 맞춰 분담금만 추가로 납부하면 되지만 정화조의 경우 처리 용량이 한계가 있기에 정화조를 키우는 공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도심지의 경우 화재에 대해서도 체크하여야 합니다. 용도변경의 경우에는 준공시에 적용된 법규에 맞춰줘 있습니다. 하지만, 용도변경을 할 경우에는 현행법에 위배되면 허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대지경계선으로부터 2.0M 이내에 건물이 위치할 경우에는 인접대지 건물로의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준불연소재의 자재로 바꾸도록 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구도심의 경우 이 부분도 체크하셔야 합니다.
건축법 말고 다른 법도 챙겨야 해요.
용도에 따라 건축법 외에 별도의 법령 기준도 충족해야 합니다. 스터디카페, 학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비상구와 피난 통로, 실내 마감재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고, 음식점은 [식품위생법], 호텔은 [관광진흥법] 등 용도에 맞는 법도 추가로 체크하셔야 합니다.
용도변경 건축사 없이 셀프로 해도 되나요?
허가대상의 용도변경이고 변경하려는 면적이 500㎡ 이상이라면 반드시 건축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또한 면적이 100㎡ 이상이라면 공사를 마친 후 사용승인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건축사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축사를 공장으로 바꾸는 것처럼 구조 변경 없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간단한 경우라면 건축사의 설계 없이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용도변경은 구조·주차 관련법규까지 체크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인 건축사와 함께 사전에 검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마무리하며 -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건축물 대장"부터 확인하자!
지금까지 건축물 용도변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현장에서 건축주, 창업을 준비하시는 대표님분들을 뵈면, 이미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고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에야 인테리어공사를 하려도 저희 건축사사무소에 찾아오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타깝게도 그중 상당수는 제가 도면과 건축물대장 그리고 주차장과 같은 추가로 봐야 할 법규 등을 검토한 후 "대표님, 이 자리는 원하시는 업종으로 용도변경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파기하시든지 업종을 바꾸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물대장]에 적혀있는 건축물의 용도는 단순히 보여지는 글씨가 아닙니다, 건물의 뼈대, 계단실 개수, 정화조 크기까지 건물이 가지고 있는 법규부터 물리적인 것까지 정리된 집합체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성공적인 창업을 꿈꾸시거나 노후 건물을 매입해 가치를 높일 계획이시라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건축물대장'을 떼어 현재의 용도를 확인할 것!
둘째, 조금이라도 변경이 필요하다면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지 말고, 반드시 관할 구청 건축과 혹은 건축사사무소에 문의할 것!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